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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스커스강의 신화에 대하여.취미로 쓰는 짬통 2024. 3. 7. 23:01
Damascus steel (다마스커스 강)
다마스커스강은 역사적으로는 다머스커스지역(오늘날의 시리아 지역)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무늬를 가진 강을 의미합니다. 이를 다시 공학적으로 정리해 본다면 다마스커스 지역에서 만들어졌으며 탄소가 2.1%이하인 철(강철) 이라는 의미로, 비슷한 시기의 다른 강철과 비교할때 별도의 열처리 없이도 탁월한 물성을 지녀 이를 이용하여 만든 검들은 십자군전쟁당시 유럽인들의 방패, 검, 갑옷을 종이장처럼 찢어버렸다고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유럽인들은 다마스커스강을 악마의 강철이라 부르며 두려워하면서도 이를 모방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유럽인들이 다마스커스강을 모방하고자 했던 시도들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접쇠를 통한 패턴-웰디드 다마스커스 강(Pattern-welded damascus steel)을 만들어 내긴했지만, 이는 겉모습만 비슷할뿐 실제로는 일반적인 강철과 다를게 없었습니다. 다마스커스의 탁월한 강도를 흉내조차 내지 못했죠.
저희들은 다마스커스강의 탄생 경위와 공학적 의의에 대해서 알아볼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학적 의의가 현대의 강철과 비교한다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1. 다마스커스강은 다마스커스 지역에서 만드는게 아니다?
다마스커스강의 탄생지는 엄밀히 따지면 인도입니다. 중동지역에서는 인도에서 수입해온 괴형태의 우수한 강철을 재가공했을뿐, 이 과정에서 금속에 대한, 정련가공이 들어가지는 않기때문에 다마스커스강의 생산지는 실제로 인도라 보는게 타당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면 다마스커스강은 인도의 우츠지방에서 생산된 강철(이후부터는 우츠강이라 하겠습니다)을 다마스커스 지방에서 검의 형태로 가공후 화학적 처리를 하여 만들어진 제품들입니다. 인도와 중동지역의 무역을 상징하는 하나의 상품이었습니다. 중동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도의 철은 히트상품이었습니다. 철은 산지가 한정적이지 않기때문에 무역품으로서의 가치는 많이 낮습니다. 현대사회에 접어들기 전까지, 철은 원료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철생산은 산지 근처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철은 비교적 흔한 광물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인도의 강철이 수출되었다는것은 인도가 그 당시에 높은 수준의 제철기술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2. 인도의 제철기술
저희가 알아볼것은 인도의 제철기술이 고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인도의 지정학적 특성과 자원적 특성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지정학적 특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인도는 서양문명(이 글에서는 중동을 의미)과 동양문명(이 글에서는 중국문명을 의미)의 문물과 기술을 받아들일수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제철기술은 중동에서 발원되어 인도를 거쳐 중국으로 전파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고열의 용광로를 통해 철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만든것은 중국이었습니다.
위 부분은 역사학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수있습니다.
인도는 중국의 기술을 받아들여 대량의 철을 녹이는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인도가 우츠강을 생산할 수 있었던 이유의 전부는 아닙니다. 또다른 이유가 남아있었죠.
나머지 한가지는 자원적 특성입니다. 인도는 철광석의 세계적인 원산지이며, 채광되는 철광석의 품질이 월등히 우수했었습니다. 이러한 기술과 자원적 특성을 인도인들은 자신들의 기술로 승화하여 만들어낸것이 우츠강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은 부분은 넘어가더라도 그렇다면 철광석의 품질이 우수하다는것은 생각해볼만 합니다. 철광석의 품질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또한 철광석의 품질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발전한 제철 기술의 형태는 모두 제각각이며, 그로 인하여 철광석은 세계의 역사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본도 신화로 잘 알려져있는 일본의 제철기술이 그렇습니다만, 엄밀히 따져본다면 일본도는 품질이 좋지않은 일본의 철광석을 다루기 위한 궁여지책이였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마스커스강의 원재료인 우츠강도 따지고 본다면 철광석의 영향을 받은것이고, 일본도에 쓰이는 강철또한 철광석의 특성때문에 나타난 하나의 기술적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나치 독일은 우수한 철광석 산지를 확보하기위해 노르웨이를 침공했고, 일본은 본토에 철이 안나서 철광석 확보를 위해서 눈물겨운 싸움을 했죠. 철은 세계의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만큼, 당연히 철의 원자재인 철광석이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것은 어쩌면 필연적이였겠죠. 지금부터 알아봅시다.
철광석(Iron Ore)
철은 지구상에서 비교적 흔한 광물입니다.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모든 돌에는 철이 들어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돌을 철광석이라 부르지는 않습니다. 흔히 철광석이라 부름이라 함은 그 품위(돌에 철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말함)가 아무리 적어도, 40%이상을 가져야 철광석이라 부릅니다. 철광석의 품질은 당연히 그 품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품위는 고대에도 선광이라는 공정을 통하여 어느정도 끌어 올릴수있습니다. 그 밖에도 철광석의 화학적 조성, 지표면에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등등 다양한 요소들이 철광석의 품질에 영향을 주지만 자세한 설명은 넘어가겠습니다. 귀찮거든요.
철광석의 품질을 끌어 올리기위한 선광이라는 공정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순도 100%의 철광석을 만들어 낸다면 이상적이겠으나, 안타깝게도 그건 불가능했습니다. 철광석은 산화물의 형태의 철 20~40%, 그리 약 40~60%정도의 불순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철광석의 품질이 좋다, 라는건 이러한 순도를 따져볼수도 있지만 저희가 이번 주제에서 주목해야 될 품질이라는 것은 그리고 남아있는 이 40~60%의 불순물들입니다.
이번편에서는 탄소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번에는 탄소외의 원소들이 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볼겁니다. 크게 두가지로 나누자면 철 안에 들어있으면 좋은 원소들이 있고, 철 안에 들어있으면 안되는 원소들이 있습니다. 이 원소들의 구성에 따라 철광석의 품질이 결정됩니다.
철에 들어 있으면 좋은 원소들은 Cr(크롬) ,Ni(니켈) ,Mn(망간) ,V(바나듐) ,Si(규소)가 대표적입니다. 이 원소들은 철의 강도를 높여주거나, 잘 녹슬지 않게하거나, 열처리가 잘되게 하는등, 철에 좋은 영향을 줍니다.
철에 들어 있지 않아야하는 원소들은 S(황), P(인) 이 두개가 대표적입니다. 이 두개는 철에 균열을 유발하거나, 철에 탄소가 적어도 철에 취성(잘깨지는 성질)을 부여합니다. 이 두 개가 많다면 철에 탄소가 적더라도, 탄소가 많은것처럼 잘 깨지게됩니다.
현대의 제철공정에서는 탄소와 이 원소들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ALLOY, 합금강을 만들어냅니다. 저희가 흔히 아는Stainless steel(스테인레스 스틸)이 대표적인 합금강입니다. 이 합금강은 현재로서는 제철기술의 최종적 산물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산업적으로 유의미하게 합금강이 생산되기 시작한것은 100년도 채되지 않았습니다. 현대적인 공정으로 제작된 합금강과 고대시대의 철의 강도를 비교하면 과장하지않고 수 천배정도 차이납니다. 비교 자체가 되지 않죠.
당연히 고대인들이 합금강을 만드는건 불가능했습니다. 철을 녹일수 있는 기술과 용융상태의 철을 완벽하게 컨트롤 하여 필요한 원소만을 철에 첨가하는 기술은 근대에 와서도 불가능했으며 현대에도 산업적으로 유용한 수준에서 완전하게 컨트롤 하는 기술은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속에 등장하는 철들을 가만히 살펴보자면 곳곳에서 합금의 흔적이 발견됩니다. 다들 눈치채셨겠지만 대표적으로 다마스커스강이 그렇습니다. 다마스커스강은 엄밀히 말하자면 일반 강철이 아닙니다, ALLOY, 합금입니다. 그것도 합금'강'이죠.
우츠강이 합금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는 단순하게 생각하면0우츠강의 원료가 되는 우츠지역의 철광석에 Cr, Ni, V등 현대에 합금강에 들어가는 원소들이 다량 함유되어있었기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구는 넓습니다. 합금원소들이 철광석에 함유된 지역은 지구 전역을 찾아본다면,수백곳은 더 존재할것입니다. 하지만 오직 우츠강만이 다마스커스강이 되어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걸까요? 그것은 앞서 설명했던 인도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한 기술적 혁명때문입니다.
다시, 기술적 부분으로 돌아가봅시다. BC400년, 유럽에서는 1000~1200도의 온도로 철을 반쯤녹여 단조를 통하여 철을 생산하는 단철법이 발명되었습니다. 여기서 나온 철은 탄소가 적게 들어있었고, 이 단철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연철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장인이 철을 수없이 두들겨야했습니다. 비생산적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는 1500도라는 고온의 용광로에서 쇳물을 뿜어내며 최초의 주철을 생산해냅니다. 이 주철은 약 4%대의 탄소를 가져 잘 깨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생산력이 타 공정에 비해 월등했기때문에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갑니다. 이 공정은 용광로제철법이라 하며, 현대까지 사용되고있는 제철법입니다.
이 두가지 기술의 장단점은 명백했습니다. 유럽에서 발명한 단철법은 생산력이 좋지않았고, 결과물의 강도가 높지않았으며, 액체가 아닌 고체상태의 결과물이기때문에 성형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반면에 용광로 제철법은 생산력이 우수했으며 액체상태이기때문에 주조를 통해 성형하는것이 매우 유리했습니다. 하지만 고온을 유지하기 위한 연료와 환원제로 사용되는 목재,석탄,목탄등은 대부분 많은량의 탄소를 함유하고있었고, 결과적으로 용광로 제철법을 통해 만들어진 철은 많은 량의 탄소를 가지고있었기에 품질이 그다지 좋지못했습니다.
인도인들은 이 두가지 기술을 접목시켰습니다. 용광로의 기술을 받아들여 고온의 환경에서 철광석을 도가니라는 일종의 도자기에 넣음으로서 용광로의 분위기를 제한하였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렇게 얻어진 결과물을 단조함으로서 철광석에 남아있던 불순물들, 저희가 흔히 말하는 합금원소를 물리적으로 첨가하였습니다.
생각해보면 놀라운 기술입니다. 중국의 용광로기술, 중동의 단철기술, 좋은 품질의 철광석, 도자기 기술. 이 모든게 다 합쳐진 결과가 다마스커스강이라는 기술의 정체였습니다. 이는 문명과 문명, 기술과 기술이 만나 창발이라는 형태로 놀라운 기술이 나오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3. 공학적의의
다마스커스강의 공학적의의는 단순합니다. 다양성의 중요성이죠. 인도인들이 위에서 언급한 공학적인 지식을 가지고서 이러한 강을 만들었을까요? 아마 그것은 아닐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경위가 되었든간에, 그들은 기존의 제철기술의 문제점을 알고있었고, 그 제철기술이 서로 상반되는 결과로 나타난다는것을 알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두개의 기술을 합쳐보자는 생각이 도출되었겠죠. 사실 고대의 기술 발전을 잘 추적해본다면, 이러한 다양성과 우연에 의한 기술의 혁신은 사방에서 찾아볼수있습니다. 인류가 과학이라는 방법론을 통하여 기술을 체계적으로 개발한것은 인류의 역사 전체를 통틀어본다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않습니다. 그리고 과학이라는 방법론에서도 다양성은 무시될수없습니다.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을 체험해보고, 접해보는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다양성은 중요합니다. 다양성은 한가지 기술을 다양한 시각에서 볼수있는 핵심입니다. 이러한 다양성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미국입니다. 비록 인종의 용광로가 아닌 샐러드라는, 미국이지만. 그러한 샐러드가 각자의 개성을 뽐내기때문에 오늘날의 미국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인종의 용광로였다면 오히려 다양성이 줄어들었을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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